보톡스의 거의 모든 것… 병원·제품 선택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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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 시술에 널리 쓰이고 있는 보톡스. 일반적으로 미국 앨러간사의 상표명인 '보톡스'라는 이름으로 불려오고 있지만, 실제 원료명은 '보툴리눔 독소(Botulinum Toxin)'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독성을 지닌 성분이다. 실험에 따르면 원료 기준으로 단 1g만 있어도 쥐 10억 마리를 죽일 수 있다. 사람도 1g으로 200만명을 죽일 수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렇게 무서운 보톡스지만, 공정을 거치면 미용 시술에 이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거듭난다. 보톡스의 모든 것을 파헤쳐본다.
◇극소량만 정제해 만들지만… 과하면 부작용 생겨
보툴리눔 독소는 신경독성으로, 사람이 섭취할 경우 운동장애나 시각장애 등 신경적 이상을 유발한다. 보톡스는 보툴리눔 독소가 일시적으로 근육 마비를 유발한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됐다. 미용 목적의 보톡스 제품은 보툴리눔 독소를 매우 미량만 사용해 만든다. 아이디성형외과 황성현 원장은 "보툴리눔 독소의 순수 단백질만을 10억분의 1g 단위, 즉 나노그램 수준으로 정제해 사용한다"며 "따라서 인체에 전신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고, 근육에만 국소적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간혹 보톡스를 근육의 크기 자체를 줄여주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지만, 근육을 일시적으로 마비시켜 사용하지 않도록 만듦으로써 자연적으로 줄어들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독소를 극소량만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고용량을 매우 잦은 빈도로 투약했을 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로 인해 가장 흔히 생기는 문제가 '보톡스 내성'이다. 중앙대병원 피부과 유광호 교수는 "독소 자체가 외부물질이다 보니 코로나19 등 병원체와 마찬가지로 계속 투약하다 보면 항체가 생길 수 있다"며 "특히 한 번에 고용량을 투약하거나, 6개월 미만의 주기로 자주 맞을 경우 항체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드물게 심각한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 황성현 원장은 "보톡스를 과량 투여했을 경우 전신 쇠약, 호흡근이나 삼킴근 마비 현상 혹은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성능 차이 크게 없어, 올바른 용법·용량이 중요
보톡스를 같은 부위에 맞는 데도 저마다 효과가 다른 듯한 느낌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보톡스 내성 외에도 다른 문제가 원인일 수도 있다. 이대서울병원 성형외과 김지훈 교수는 "같은 부위에 보톡스를 맞았더라도 투여량이나 제품 종류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의사의 숙련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황성현 원장은 "관련된 신경근과 눈 주변의 해부 등 해부학적 이해가 높은 의사에게 시술받아야 한다"며 "잘못 시술받으면 어색한 표정, 사시 등 부작용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국내외 구분 없이 다양한 보톡스 제품이 나오면서 환자가 직접 보톡스 종류를 선택할 수 있는 병원이 대부분이다. 제품별로 차이는 없는 걸까? 유광호 교수는 "보톡스 회사들은 제품을 승인받기 위해 원조 제품인 '앨러간' 만큼의 임상적 효능이 있는지 입증하기 때문에 엄청난 차이는 없다"며 "제품 선택보다는 적절한 용법과 용량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성현 원장은 "각 제품의 차이점은 크지 않지만, 내성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제오민(xeomin) 사의 제품을 선호하는 의료진이 많다"고 말했다.
다만, 재시술을 받거나 리터치(시술 후 효과에 따라 조금씩 더 투약해 다듬는 과정)를 받을 계획이 있다면 이전에 시술받은 제품명과 용량을 정확히 기억해두는 게 좋다. 같은 제품을 이용해야 이전의 효과와 비교해 용량을 조절하는 등보다 용이한 시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병원과 달리 과도하게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는 곳도 주의한다. 보톡스 제품은 개봉 후 되도록 한 번에 다 써야 하고, 개봉 후 보관 시간이 72시간을 넘겨선 안 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지거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정품을 개봉해 확인할 수 있는 병원에서 시술받을 것을 권한다.